
로랑 페리에는 스위스의 하이엔드 독립시계브랜드로 현존하는 워치메이커 로랑 페리에가 창립한 브랜드다. 예스러운 디자인과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에 기반을 둔 아름다운 마감의 무브먼트는 현대에 범람하는 개성적인 스포츠 워치 사이에서 고전적인 기계식 시계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
핸드와인딩 드레스 워치는 손목시계의 시작이자 가장 기본적인 형태지만, 현대에 탄생한 독립시계브랜드 로랑 페리에 내에서는 오히려 최신 컬렉션에 속한다. 파텍 필립에서 워치메이커로 활약한 로랑 페리에는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작품으로 무려 최고 수준의 마감과 더블밸런스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발표했고, 이어서 화려한 마감과 마이크로 로터를 갖춘 셀프와인딩 칼리버를, 그리고 오히려 가장 마지막으로 핸드와인딩 버전을 개발했다.
예상되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한평생을 시계 제작에 바친 노년의 워치메이커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고 싶었을 테고, 동시에 신생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제품이 필요했을 터다. 물론 충분한 기술력이 없다면 가장 심플한 스리핸즈에서 시작해서 한 스텝씩 밟아나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로랑 페리에에겐 쓸데없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그의 손을 거친 심플 핸드와인딩 워치는 놀랍도록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클래식 오리진의 케이스는 곡선의 미학이다. 베젤, 미들케이스, 크라운에 이르기까지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매끄러운 곡면을 확인할 수 있다. 글라스마저 둥근 베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돔 형태다. 조약돌 같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데, 여기에 최고 수준의 마감이 더해져 어디를 만져도 기분 좋은 촉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완벽한 미러 폴리싱으로 밟게 빛나는 케이스는 덕분에 티타늄 소재라는 걸 인지하기 힘들 정도다. 뛰어난 마감 덕분에 가벼운 무게는 오히려 기분 좋은 덤으로 느껴진다.
다이얼로 시선을 돌리면 화이트골드로 제작한 샤프한 핸즈와 인덱스, 섹터를 나눈 십자선과 레일웨이 인덱스를 조합해 마치 말끔하게 차려입은 제복처럼 절도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묘한 질감을 지닌 오팔린 컬러가 시계에 예스러움을 한없이 더해주며, 바깥쪽의 24시 숫자 인덱스와 스몰세컨드 인덱스는 짙은 와인 컬러를 택해 은은하게 포인트가 되고 있다. 사실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의 사진에서는 이 컬러 부분이 상당히 강조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거의 시선이 안 갈 정도로 화이트톤의 다이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예전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로랑 페리에의 컬러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작은 포인트만 봐도 수긍이 간다.
케이스를 돌려보면 고전적인 외장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단아한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보기 드문 짙은 무광택 블랙 컬러. 표면은 마이크로 샌드 블래스팅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불규칙한 패턴의 질감을 지녔으며, 골드톤의 인그레이빙, 밸런스, 기어트레인과 멋진 대비를 이루고 있다. 물론 모서리의 앙글라주도 완벽하다.
총 네 개의 플레이트와 브리지가 무브먼트의 거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지만, 밸런스 휠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분할한 라인 덕분에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분명 로랑 페리에의 상위 모델과 비교하면 디자인과 마감 모두 간략하게 한 것은 분명하다. 파워리저브는 80시간을 제공하며 플레이트 12시 방향에는 자사 특유의 블레이드 래칫 시스템을 장착해 와인딩 시 독특한 움직임과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처럼 스포츠 워치가 범람하는 시계 시장에서 로랑 페리에의 클래식 오리진은 보기 드물게 등장한 고전적인 손목시계다. 럭셔리 드레스 워치의 교과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세련되고 절제된 디자인, 뛰어난 품질, 개성적인 인하우스 무브먼트까지. 로랑 페리에가 추구하는 워치메이킹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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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 :
- LCF036.T1.G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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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
- 지름 40mm, 두께 11.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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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 :
- 그레이드 5 티타늄, 글라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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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 :
- 3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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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
- 사파이어 크리스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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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얼 :
- 화이트 오팔린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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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랩 :
- 라이트 브라운 알칸타라 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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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먼트 :
- 칼리버 LF116.01, 핸드와인딩, 21,600vph(3Hz), 21주얼, 80시간 파워리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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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
- 5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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