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독보적인 구조의 셀프와인딩 시계를 원한다면 여기 정답이 있다. 햄매틱은 현대에 부활한 스윙 해머 메커니즘을 탑재한 시계로 진자형 로터를 갖춘 유일한 모델이다.
2010년대는 가공 기술의 발전과 각 브랜드의 매뉴팩처 무브먼트 개발 경쟁 덕분에 그 어떤 때보다 수많은 칼리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태엽을 감아주는 방식에 있어선 결국 핸드와인딩과 셀프와인딩 단 두 가지다. 태엽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 감아주는 수동 무브먼트는 배럴의 숫자나 스프링의 길이 등으로 다양한 스펙이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내부에 움직이는 로터가 존재하는 자동 방식은 이 로터를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꽤 다양한 설계가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인 풀 로터부터, 고급 시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마이크로 로터, 최신 무브먼트에서 간혹 등장하고 있는 퍼리퍼럴 로터가 대표적인데 설계는 모두 다르지만 중심을 두고 회전한다는 원리는 동일하다.
여기서 모리츠 그로스만의 도전 정식과 제조 능력이 빛을 발했다. 19세기 독일 글라슈테의 전설적인 워치메이커의 이름을 이어받은 브랜드로서 이들은 ‘독일 최고의 공예품(Schönstes Deutsches Handwerk)’을 모토로 시계를 제작하고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 시계 브랜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컬렉션이 약간 볼드한 느낌을 갖춘 고전적인 디자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무브먼트 양식 역시 스위스 시계와는 다른 ‘독일’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다. 글라슈테 지역만의 전형적인 디테일 역시 빠짐없이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건 자사 최초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햄매틱이다. 과거에 활약했던 진자 방식 자동감기 시스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조인데, 2018년 바젤월드에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당시 굉장히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미 시계시장에서 오래 전 사라져버린 기술이기 때문이다. 보통 좌우로 흔들리는 추의 모양과 구조로 ‘해머’ 또는 ‘범퍼’ 와인딩이라 불리는 이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1770년 후반에 첫 번째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시계로 완성하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유명한 시계가 1780년대 초 브레게가 제작한 퍼페추얼(PERPÉTUELLE) 회중시계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내구성과 효율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이후 꾸준한 개량을 통해 1920년대 범퍼 오토매틱 시스템으로 거의 완성이 이르렀다. 그러나 1931년 롤렉스가 360° 회전하는 획기적인 풀로터 시스템을 갖춘 오이스터 퍼페추얼을 발표하고서, 진자 방식 무브먼트는 서서히 자취를 감춘 기술이다.
기점 바로 아래에는 두 개의 커다란 와인딩 휠이 보이고, 이를 감아주는 와인딩 폴과 연결된 브리지는 스윙 해머의 움직임에 맞춰 마치 곤충의 다리처럼 접혔다 펴지면서 휠을 한 칸씩 밀어준다. 실제로 보면 곧바로 이해가 되는 굉장히 직관적인 구조이며, 그만큼 잘 만든 설계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무브먼트에서 보기 드물게 커다란 움직임을 지닌 구조물로 메커니컬한 매력이 가득하다. 또한 스윙 해머가 한쪽에서 움직임을 멈추는 순간 마찰이나 타격으로 인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타원형 안쪽에는 중심기둥을 지렛대로 삼는듯한 우아한 라인의 댐퍼 스프링 장치가 튀어나와 있다.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탄성으로 다시 반대쪽으로 스윙 해머를 밀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브랜드의 CEO는 격렬하지 않은 일반적인 움직임으로 6시간 정도 착용하면 풀와인딩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상당히 훌륭한 와인딩 효율이다.
게다가 이런 독보적인 스윙 해머 시스템을 제외하고서도 모리츠 그로스만의 헤리티지가 뚜렷한 햄매틱의 디자인은 매우 아름답다. 지름 41mm, 두께 11.35mm의 케이스에 길게 뻗은 러그가 균형을 이루고 있고, 옆에서 보면 아래로 우아하게 구부러져 있어 손목을 자연스럽게 휘감는 형태가 된다.
새하얀 다이얼은 오팔린 컬러로 마감한 솔리드 실버다. 얼핏 매끈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특유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몰세컨즈는 단차를 주어 입체감을 살렸고, 고전적인 레일웨이와 로마숫자 인덱스 역시 단순한 인쇄가 아니라 홈을 파고 잉크를 채웠다. 이런 놀랍도록 수준 높은 다이얼과 함께 햅매틱의 인상을 완성해주는 건 한없이 가는 목을 지닌 핸즈다. 브랜드의 자랑 중 하나인 자제 제작한 핸즈는 수작업으로 마감한 스틸 소재이며, 보기 드문 브라운–바이올렛 컬러로 열처리되어 있다. 이처럼 언뜻 심플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접사를 통해 보면 굉장히 섬세한 디테일이 가득하다.
시계를 돌리면 글라스백 속으로 케이스를 가득 채운 무려 지름 36.4mm의 대형 칼리버가 등장한다. 독보적인 구조만큼이나 마감도 뛰어나다. 표면을 마감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안쪽에 숨겨진 면의 페를라주, 루비를 고정한 골드샤통, 블루와 미러 폴리싱 스크루, 골드 인그레이빙과 오톨도톨한 프레스테드 마감. 그리고 표면적은 작지만 모서리에도 앙글라주를 빠짐없이 진행했다. 밸런스 브리지는 글라슈테의 전통 양식인 인그레이빙 장식이 되어 있고, 고전적인 레귤레이팅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독특한 구조에 다양한 마감을 혼용한 시각적인 효과는 훌륭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게다가 파워리저브도 72시간을 제공한다.
-
- Ref :
- MG-002302
-
- 케이스 :
- 지름 41mm, 두께 11.35mm
-
- 소재 :
- 로즈 골드, 글라스백
-
- 방수 :
- 100m
-
- 유리 :
- 사파이어 크리스털
-
- 다이얼 :
- 솔리드 실버 오팔린 컬러
-
- 스트랩 :
- 핸드 스티치 악어가죽
-
- 무브먼트 :
- 셀프와인딩 칼리버 106.0, 21,600vph(3Hz), 38스톤, 72시간 파워리저브
-
- 가격 :
- 9000만원대
로그인하거나 가입하여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