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년 동안 범세계적인 화폐로 통용된 금(Gold)은 인류 문명에서 거의 예외 없이 귀중하고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 같은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수저계급론이 등장하고 금수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까? 금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대변한다. 그래서 금은 값비싼 물건과 어울린다. 금으로 만들어야 고급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으로 만들면 고급의 범주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시계도 그럴까? 최근 몇 년 간 스포츠 워치가 인기를 구가하면서 소비자와 제조사의 발길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으로 향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시계가 금 시계에 버금가는 혹은 금 시계를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금 시계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요 고귀함의 상징이다.
휴대가 가능해질만큼 크기가 작아진 회중 시계가 귀족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퍼진 16~17세기를 기점으로 시계 제작에 본격적으로 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보를 독점하고 소유하기 위한 도구에서 신분과 재력을 나타내는 장신구로 시계의 성격이 점차 변하면서 외장을 금으로 만들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유행했다. 18세기에는 골드 케이스에 조각을 새기는 것은 기본이고 보석을 세팅하거나 에나멜링 같은 메티에 다르(Metier d’Art) 기법을 적용해 일종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시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주된 방식이었다. 손목 시계가 회중 시계의 자리를 꿰찬 이후에도 시계 제조사는 회중 시계처럼 손목 시계도 금으로 만들었다. 그에 반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량 생산하는 염가의 시계를 비롯해 군인이나 조종사를 위한 툴 워치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구하기 쉽고 저렴한 금속이 쓰였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금을 고급 시계의 전제 조건처럼 인식했다. 1970년대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탄생과 함께 스테인리스 스틸이 금의 대안으로 부상했으며, 이후 티타늄이나 세라믹 같은 신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금의 신화적 영향력은 다소 약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이 가진 상징성은 철옹성처럼 굳건해 보인다.
존재 가치만이 아니더라도 금은 시계 제작에 매우 적합한 소재이기도 하다. 인류는 약 6,000년 전부터 금을 다루며 세공술을 발전시켜왔다. 다시 말해, 금은 매우 친숙한 재료라는 것이다. 게다가 금은 성질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영속적 가치를 투영해야 하는 고급 사치품과 분명한 접점이 있다. 금의 대표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금은 무른 금속이어서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금박처럼 아주 얇게 혹은 가늘게 성형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뛰어난 화학적 안정성이다. 다시 말해, 반응성이 낮아 부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세 번째, 인체 친화적이다. 이가 썩으면 금으로 씌우기도 한다. 간혹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네 번째, 밀도가 높아서 무겁다. 금 시계를 착용해보면 단번에 이해가 간다. 다섯 번째, 다른 금속과 함께 녹여 합금으로 만들 수 있다. 금괴나 금두꺼비 등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순금 대신 금 합금을 사용한다. 금의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부드러워져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 우리는 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금이 합금 비율과 색조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때때로 사용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금 합금을 표기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캐럿(Karat, K)이 있다. 24K(99.9%), 22K(91.67%), 18K(75%), 14K(58.33%), 10K(41.67%)처럼 분류한다. 숫자가 클수록 금의 함량이 높고 가격이 비싸다. 대부분의 시계 제조사는 케이스를 제작할 때 18K 금을 사용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순금은 너무 물러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금속을 섞어 보다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색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스위스 시계 산업 표준 기구(Normes Industrielles de l’Horlogerie Suisse, NIHS)에서 1966년에 제정한 규약도 익숙하다. 스위스 시계 산업 표준 기구는 중구난방이던 금 합금에 대한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색상에 따라 0N에서 6N까지 7개로 나눴다. 이 중에서 시계에 쓰이는 금 합금은 2N, 3N, 4N, 5N이다. 0N과 1N은 18K가 아닌 14K에 해당하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2N은 연한 옐로우 골드, 3N은 약간 어두운 옐로우 골드, 4N은 핑크 또는 로즈 골드, 5N은 레드 골드로 분류한다. 밝은 옐로우 골드(2N)는 금 75%, 은 15~16%, 구리 9~10%, 어두운 옐로우 골드(3N)은 금 75%, 은 12~13%, 구리 12~13%, 핑크 또는 로즈 골드(4N)는 금 75%, 은 8.5~9.5%, 구리 15.5~16.5%, 레드 골드(5N)는 금 75%, 은 4.5~5.5%, 구리 19.5~20.5%, 어두운 레드 골드(6N)은 금 75%, 은 0~1%, 구리 24~25%로 이루어졌다. N앞의 숫자가 클수록 구리 함량이 높고 색조가 붉다. 이에 따라 2~3N은 노란색, 4~6N은 붉은색으로 갈린다. 주얼리용 금 합금의 종류와 화학 조성을 정의한 국제 표준화 기구의 ISO 8654 인증도 스위스 시계 산업 표준과 대동소이하다.
금 합금에 대한 분류는 스위스 시계 산업 표준 기구와 국제 표준화 기구가 교통정리를 했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컬러 골드의 명칭을 사용하는데 있어 일관성이 다소 결여됐다는 것이다. 핑크 골드와 로즈 골드 그리고 레드 골드는 혼용되고 있으며, 때로는 같은 취급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는 핑크 골드와 로즈 골드를 선호한다. 하지만 둘은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보기에도 비슷하고 성질도 유사하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리차드 밀은 5N을 레드 골드가 아닌 핑크 골드로 표기하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문제의 힌트는 ISO 8654 인증에서 찾을 수 있다. ISO 8654 인증에 따르면 금 합금 표면의 색은 마감과 가공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화학 조성만으로 색을 정의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화학 조성에 따른 근삿값을 제공할 뿐 제조사의 처리 방식이나 미세한 합금 비율의 변화에 따라 색과 명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금 시계를 비교하여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즐거움(?)일 수 있다. 명확함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용어 사용의 난해함은 대세에 지장이 없을지라도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금 합금에는 위에서 알아본 것 외에 화이트 골드도 있다. 육안상으로는 은이나 플래티넘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과도 비슷해 보인다. 은과 플래티넘은 합금이 아닌 원소이자 애초에 다른 물질이기에 혼동해서는 안된다. 화이트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은 무게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18K 화이트 골드는 금 75%에 은백색을 입히거나 특수한 화학적 성질을 얻기 위해 니켈, 아연, 팔라듐, 구리, 은 등의 금속을 혼합해 만든다. 화이트 골드는 어떤 소재를 얼마나 혼합하는가에 따라 가격과 성질이 다르다. 팔라듐 기반의 화이트 골드는 가격이 높고 피부 자극이 적다. 이에 반해 니켈이 많이 들어가는 화이트 골드는 약간 더 저렴하고, 니켈로 인한 알러지를 방지하기 위해 로듐으로 도금한다. 팔라듐 기반의 화이트 골드는 로듐 도금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 로듐 도금을 하지 않으면 회백색을 띄거나 따뜻한 느낌을 준다. 보통 화이트 골드 시계는 다른 컬러 골드 시계와 가격이 동일하게 책정된다.
대부분의 시계 제조사는 위에서 언급한 방식에 따라 분류한 금을 사용한다. 하지만 남다른 에고를 가진 브랜드에게 금은 단순히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넘어 마케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조리한 금 합금을 선보인다. 색조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도 있는 반면 금의 성질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사례도 있다. 대부분은 합금 비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금속을 얼마나 혼합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가장 잘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는 롤렉스의 에버로즈 골드(Everose gold)다. 자체 주조 시설을 갖춘 극소수의 브랜드 중 하나인 롤렉스는 지난 2005년 18K 골드 합금인 에버로즈 골드를 개발했다. 핑크 골드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에버로즈 골드는 20%의 구리와 소량의 팔라듐 및 인듐을 포함한다. 롤렉스에 따르면 에버로즈 골드는 뛰어난 광채와 저항성을 갖췄다고 한다.
가장 많은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오메가다. 문샤인 골드(Moonshine™ Gold)부터 세드나 골드(Sedna™ gold), 브론즈 골드(Bronze Gold), 카노푸스 골드(Canopus Gold™)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이는 모기업인 스와치 그룹이 자체 주조소를 운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문샤인 골드는 9% 미만의 구리, 소량의 은과 팔라듐을 혼합한 옐로우 골드 합금으로 따뜻하고 복고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옐로우 골드보다 선명하지 않지만 진중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세드나 골드는 로즈 골드의 대체재다. 스와치 그룹 차원에서 개발한 소재이기에 자매 기업인 블랑팡과 공유한다. 광채와 붉은 기운이 감도는 색조를 위해 20% 이상의 구리와 1% 이상의 팔라듐을 섞어 완성한다. 세드나 골드는 로즈 골드나 레드 골드보다 조금 더 붉다. 세드나라는 이름은 해왕성 궤도 밖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왜소 행성 세드나에서 유래했다. 세드나는 태양계의 천체 가운데 가장 붉은 것으로 알려졌다.
9K 금에 구리(50%), 팔라듐, 은, 갈륨을 섞은 브론즈 골드는 부드러운 발색과 브론즈의 뛰어난 내식성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녹청이 생기지 않고 아주 천천히 자연스럽게 에이징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케이스백이나 버클을 티타늄이 아닌 브론즈 골드로 제작할 수 있어 통일된 디자인과 소재가 주는 안정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파티나로 인해 브론즈 시계를 선택하는데 주저했다면 브론즈 골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카노푸스 골드는 화이트 골드 합금으로 세드나 골드처럼 우주에 있는 카노푸스 항성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태양보다 약 71배 정도 큰 카노푸스 항성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가운데 태양을 제외하고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별이다. 실제로는 태양보다 10,700배 정도 더 밝다고 한다. 화이트 골드와 제법 잘 어울리는 작명이다. 카노푸스 골드는 팔라듐과 플래티넘을 비롯해 색을 내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로듐 등을 첨가한다.
이미 20세기부터 소재 개발에 뛰어든 IWC도 아머 골드®(Armor Gold®)라는 금 합금을 만들었다. 5N 레드 골드의 합금 비율을 조정하고 가공 공정을 통해 미세 구조를 바꾼 아머 골드®는 평범한 18K 골드와 비교해 높은 경도와 내마모성을 갖췄다고 한다. 특수한 소재인만큼 IWC는 빅 파일럿 워치 AMG 63,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같은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에만 선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랑에 운트 죄네에는 허니골드® (HONEYGOLD®)가 있다. 채도가 살짝 낮아 보이는 허니골드® 합금은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한 부드러운 색조와 일반 합금보다 높은 경도가 특징이다. 2010년 랑에 운트 죄네는 창립 165주년을 기념하고자 출시한 오마주 투 F. A. 랑에 기념 에디션의 3개 모델에 처음으로 허니골드®를 도입했다. 이후 랑에 운트 죄네는 허니골드®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며 기념 에디션이나 플래그십 모델에만 기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데마 피게의 샌드 골드(Sand Gold), 몽블랑의 라임 골드(Lime Gold), 위블로의 매직 골드(Magic Gold)와 킹 골드(King Gold) 등 저마다의 레시피로 완성한 골드 합금을 찾아볼 수 있다.
금이 꼭 케이스나 브레이슬릿 같은 시계의 외장을 만들기 위해서만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금은 생각보다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항자성 소재가 개발되지 않은 과거에는 이스케이프먼트를 금으로 제작한 사례가 있다(주 : 랑에 운트 죄네는 글라슈테 워치메이킹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명목 하에 자이트베르크 한트베르크스쿤스트에 18K 골드로 가공한 팰릿 포크와 이스케이프 휠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독일의 글라슈테에서 생산된 시계에는 주얼을 고정하는 부싱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 골드 샤통은 장식적인 요소로 역할이 축소됐지만 지금도 글라슈테를 기반으로 하는 고급 시계 제조사의 제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무브먼트의 로터를 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하는 무브먼트라면 금이나 플래티넘 같이 밀도가 높은 소재로 로터를 제작할 확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로터를 금으로 만드는 건 장식적인 측면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으나 기능적인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셀프와인딩 시계에서 로터는 회전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배럴로 전달하고 메인스프링을 감아준다. 로터는 무거울수록 회전력이 높아지고 와인딩 효율도 좋아진다. 무거운 금으로 로터를 제작하면 와인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여러 시계를 번갈아 착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3일에 준하거나 혹은 3일을 훌쩍 상회하는 긴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 무브먼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파워리저브가 길어질수록 와인딩 효율의 중요성도 커진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한 셀프와인딩 시계를 선호하고 있다. 그럴수록 와인딩 효율은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무브먼트 판단의 기준이 된다.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와 브리지도 금의 주제가 되곤 한다. F.P 주른은 2004년부터 모든 시계의 무브먼트를 18K 로즈 골드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시계 브랜드가 로듐 도금 처리한 황동이나 저먼 실버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H. 모저 앤 씨도 골드 무브먼트를 넣은 인데버 퍼페추얼 캘린더 블랙 골든 에디션을 출시한 적이 있다. 금으로 만든 무브먼트는 은회색을 띄는 보통의 무브먼트보다 아름답고 고귀하다. 산화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은 황동보다 단단하고 다루기 어렵다. 마감 도구도, 열처리를 비롯한 제조 공정도 다르고 복잡하다. 외부 업체에서 부품을 따로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금으로 무브먼트를 만든다는 것은 비용의 증가를 감수한다는 뜻이며, 이를 가격 책정에 고려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선택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파인 워치메이킹에서는 바늘과 인덱스를 통상 금으로 만든다. 이는 시계의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문제는 눈으로만 봐서는 금으로 만들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는 다이얼에 표식을 남기기도 했다. 오메가는 1950년대 중반부터 금으로 만든 다이얼임을 알리기 위해 금을 의미하는 프랑스 약어 OM(Or Massif)를 다이얼 한 귀퉁이에 표시했다. 1970년대에는 스위스 시계 산업 연합의 주도하에 시계 제조사들은 고급 시계의 내재 가치를 향상시키고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이얼에 시그마(σ) 기호를 넣었다. 현재 시그마라는 합의된 규칙은 없어졌지만 고급 시계 제조사는 여전히 금으로 만든 바늘과 인덱스를 사용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이보다 한술 더 떠 다이얼을 통째로 금으로 만들기도 한다. 핸드 기요셰 다이얼이나 에나멜 다이얼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요셰 다이얼의 소재는 금이어야만 고가 사치품을 대변하는 핸드 기요셰의 희소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연성이 높기 때문에 패턴을 정밀하게 새길 수 있다. 에나멜 다이얼의 바탕이 되는 판을 금으로 만드는 것은 금의 화학적 성질과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은 안정적이고 부식과 산화가 잘 되지 않아 다이얼 소재로 적합하다. 게다가 에나멜 다이얼은 제조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온에서 구워야 하는데 금은 열에 의한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체로 화이트 골드가 컬러 골드에 비해 선호되는데, 이는 산화로 인해 에나멜의 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리의 함량이 컬러 골드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나사나 프리스프렁 밸런스의 조정을 위한 무게추를 금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금 시계는 케이스나 브레이슬릿을 녹이면 남는 거라도 있으니 금 시계를 사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감가상각이 되더라도 금 값은 건질 수 있다는 이 말은 금의 불변적 가치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통장 잔고만 넉넉하다면 금 시계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나 GMT-마스터 II 혹은 데이토나가 갖고 싶은 사람도 프레지던트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이다(필자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금 시계의 만족감은 어떤 시계도 대신하기 어렵다. 시계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있다면 금 시계가 특효약일 것이다. 손목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시계를 향한 애정은 깊어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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