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Bvlgari)가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특별하게 기념했다. 불가리의 컬렉션을 넘어 브랜드의 아이콘이 된 뱀의 형상과 의미를 예술로 확장한 세르펜티 인피니토(SERPENTI INFINITO) 전시가 푸투라 서울에서 개최됐다. 북촌 한옥마을과 서울의 명산이 보이는 전시 공간에서 세르펜티 컬렉션 히스토릭 피스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예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불가리는 1948년 뱀의 형상을 본뜬 브레이슬릿 워치를 시작으로 세르펜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뱀은 고대부터 지혜와 생명, 유혹과 재생을 상징하며 동서고금 다양한 의미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불가리는 세르펜티의 유산 안에서 뱀의 의미를 폭 넓게 더해가고 있다. 세르펜티 컬렉션의 주얼리와 타임피스는 뱀의 머리, 유연한 움직임과 비늘 형태의 표면까지 섬세하게 완성되었다. 튜블러(Tubular, 튜브 모양) 스타일, 젬스톤 장식, 다채로운 컬러 에나멜 처리 등 세르펜티 작품은 혁신적인 금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불가리는 이번 전시에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예술과 주얼리를 연결해 세르펜티 컬렉션을 한층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 로고와 ‘무한한 세르펜티’라는 뜻의 제목은, 끝없이 진화하는 세르펜티의 예술적 여정을 예고했다. 1960~1970년대 세르펜티 투보가스(Serpenti Tubogas) 주얼리 워치, 옐로 골드 세르펜티 벨트를 비롯해 금속 알갱이를 표면에 붙여 독특한 질감을 만드는 그래뉼레이션(Granulation) 기술로 제작된 워치 등 이번 전시는 70여 년에 걸친 세르펜티의 매혹적인 변천사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전시는 REBIRTH(재탄생), TRANSFORM(변화), EVOLUTION(진화) 등 3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구기정, 김옥, 박혜인, 서도호, 이준아, 이지연, 조기석, 최고은, 최정화, 하정우 등 한국작가 10인과 튀르키예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이 전시에 참여했다.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니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 입장과 동시에 정면에 보이는 높은 창문에서 오는 빛이 어우러졌다. 동서고금이 교류하는 이번 전시와 조화로운 공간이었다.
첫 번째 섹션은 재탄생과 무한한 순환의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박혜인 작가의 ‘세르펜트(Serpent)’가 맞이했다. 육면체 32개의 유리에 열을 가해 내부에 뱀이 허물을 벗고 진화하는 모습을 담아낸 조형 작품이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을 그대로 받으며 투명한 유리와 그 안의 물, 빛이 어우러지며 뱀의 재탄생을 표현했다. 옻칠이라는 한국 전통 공예 방식을 주로 쓰는 김옥 작가의 작품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준아 작가는 이무기의 광기를 표현한 ‘뱀의 기적’ 연작 중 한 부분과 우르보로스를 그린 ‘해와 달’ 연작을 선보였다. 이집트 파라오 벽화를 연상시키는 배우 하정우의 작품도 있었다. 다양한 오브제, 불가리 설립 연도인 ‘1884’, 뱀의 해를 뜻하는 ‘乙巳'(을사)를 상형문자처럼 곳곳에 채우고 원색적인 컬러로 생동감을 더했다. 불가리의 헤리티지 컬렉션과 투보가스 공법 등 독자적인 기술력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2층으로 이어진 두 번째 섹션에서는 쓰다 남은 폐기물을 재활용한 작품으로 변화의 테마를 보여주었다. 최고은 작가의 ‘글로리아(Gloria)’는 휘어진 스틸 파이프를 활용해 단단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작이다. 야외 루프탑에는 해양 폐기물이었던 흰 스티로폼을 돌탑처럼 쌓아올린 작품 ‘네이처 너처(NaTuRE NurturE)’이 북촌의 한옥마을 전경과 어우러져 있었다. 일상에 버려진 소재로 메세지를 전하는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다.
3층에는 서도호 작가의 ‘원인과 결과(Cause & Effect)’를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다. 거대한 샹들리에 같지만 가까이 보면 어깨에 올라탄 사람이 계속 연결되어 있는 모양으로, 사회 속 개인의 모습을 비유한다. 이 작품은 한때 뉴욕의 페닌슐라 호텔에 설치된 바 있으나 지금은 푸투라 서울이 소장하고 있다. 작품 뒤로 디지털 체험과 공간적 경험이 결합된 세르펜티 스크랩북 존(Serpenti Scrapbook Zone)이 마련되어 있었다. 불가리가 색채 연구소와 협업해 만든 엽서가 비치되어 있으며, 을사년 키워드에 맞는 엽서 이미지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이곳의 마지막 동선은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전시 공간으로 이어졌다. 정교한 금 세공 기술과 다채로운 스톤으로 만든 세르펜티 주얼리가 은 세공가였던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의 정신을 담고 있다.
마지막 진화 섹션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작품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는 AI 데이터를 활용해 조각을 회화처럼 제작하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작 ‘인피니토: AI 데이터 스컬프처(Infinito: AI Data Sculpture)’을 선보였다. 특별히 불가리가 아카이빙한 전체 컬렉션 데이터를 모아서 만들어냈다. 뱀의 형상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세우고, 그 표면에 뱀의 무늬와 움직임을 영상으로 투사하는 방식이었다. 거울의 안에 설치된 관객 참여형 전시로 가장 감각적이고 흥미로웠다.
불가리의 세르펜티 인피니토 전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불가리 공식 홈페이지 및 카카오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세르펜티 인피니토 전시
기간: 3월 28일~4월 13일
장소: 푸투라 서울(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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